룻기는 사사시대에 그 땅에 흉년이 찾아온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하나님만이 왕이시라 고백하는 엘리멜렉이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그 흉년 가운데 하나님께 상의하고 물어보며 가까이 나와 지혜를 구하는 대신 자기 눈 앞에 좋은 대로 행하며 스스로 결정하여 모압 땅으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흉년 가운데에 하나님 앞에 돌아와 매달리고 가까이 나아오기 원하셨는데, 그 흉년 때문에 오히려 하나님에게서 더 멀리 도망가 버리고 모압 땅으로 완전히 떠나 버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축복과 약속으로 주신 가나안 땅에서 등 돌리고 하나님께 상의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 않고 인생의 흉년을 풀려고 했던 이 엘리멜렉의 모습은 한 개인의 모습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 전체의 암담한 영적 현실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그렇게 하나님과 상의하지 않고 의논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고 자기 눈에 보기 좋은 대로 결정해 모압 땅으로 가족을 다 이끌고 이민 온 결과를 증언합니다. 지금도 이민 생활이 어려운 데 수 천년 전에 이민을 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겠습니까? 그 당시 이민이란 돌아올 생각을 접고 떠나는 겁니다. 심지어 시집을 가도 평생 친정 집에 못 온다고 생각하고 떠나는 시절이었는데 유대인들이 이방 땅으로 이민 간다는 것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퇴로를 끊어버린 채 떠나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떠나간 이민 생활, 그 객지에서 남편이 죽은 것입니다. 정말 큰맘 먹고 퇴로를 다 차단한 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모든 생각을 접고 모압으로 이민 갔는데 났는데 그 이방 땅에서 남편이 죽은 거예요. 이민 간 그 객지에서 자기 남편이 죽으니까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겠습니까? 그 시절에는 여인들은 돈을 벌 수 없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남편이 일찍 죽었다는 것은 자기 인생의 모든 기반이다 무너지고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남편을 잃은 여인은 가장 불쌍한 사람 중에 하나 여서 고아와 과부를 동급으로 여겼습니다. 그런 안타까운 일이 이민 생활 중에 나오미에게 일어나게 된 거예요. 그게 첫번째 비극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더 큰 비극이 찾아오는데 이민 생활 10년이 되었는데, 그 두 아들도 이민 간 땅에서 다 죽은 것입니다. 나오미는 남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이민 생활을 하는 그 여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건 말로 할 수 없는 어려움과 눈물과 고통 가운데 지냈을 겁니다. 그래도 남은 가족도 있고 아들들도 있으니까 그 척박한 이민 생활 가운데 살아남아야 했고 버텨야 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이민생활 하며 그 두 아들이 장성해서 그들을 위해 모압 땅에서 아내를 맞이하게 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억척스럽게 힘든 이민 생활을 10년 동안 했는데, 그 두 아들이 이민간 땅에서 다 죽은 것입니다. 손자도 없이 며느리들만 남겨 놓은 채…지금 룻기 1 장에서 나오미와 그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 남자 셋이 다 죽고 시어머니와 두 며느리만 남은 상황은 세상에서 가장 복 없는 여인들, 가장 절망적인 여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나오미의 입장에서 자기 남편이 죽었을 때와 자기 두 아들이 죽었을 때의 임팩은 거의 하늘과 땅 차이였을 겁니다. 남편이 죽었을 때는 아무리 어려웠어도 그래도 참을 만 했을 것 같아요. 자기가 먹여 살리고 어쨌든 간에 함께 해야 될 두 아들이 있으니까….그때 슬픔은 어떻게든 견뎠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기 두 아들마저 그 객지에서 이민 생활 가운데 다 죽는 것을 보면서는 정말 살 이유가 다 잃어버렸을 것입니다. 숨쉬는 것조차 힘든, 더 이상 내려갈 때가 없는 그 모습으로 깨지고 무너졌을 것입니다. 엘림멜렉, 하나님만이 나의 왕이시라는 고백과는 달리 이름값을 못한 채,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땅에 인생의 흉년이 찾아왔을 때 하나님께 상의하고 붙들고 기도하고 하나님에게 가까이 나아가지 못한 채,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결정한 결과가 남편도 죽고 두 아들도 다 죽은 비극이었습니다. 나오미와 두 며느리만 남아 집안 모든 것이 무너지고 모든 소망이 사라지고 최악의 절망을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마치 욥이 당한 고난의 거의 필적할 정도로 소망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 모든 것이 잃어버리고 이제 이 이방 땅에서 죽는 일만 남은 가장 비참한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인생의 흉년을 직면할 때, 그 문제와 어려움을 하나님 앞에 가까이 나아오는 도구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인생의 흉년 가운데 하나님을 오히려 떠나게 되고 내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며 약속의 땅을 떠나면 인생이 꼬일대로 꼬이게 되고 비극적 결과를 직면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민간 땅에서 완전히 무너진 가정, 인간의 가장 비참한 모습,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모든 것이 무너진 채 망연 자실한 나오미…이 참담한 비극을 묵상 하면서 한 가족의 비극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영적 현주소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더 깊이 묵상해야 하는 것은 그 절망과 영적 암흑의 상황 가운데, 모든 것이 무너진 하나님께서는 그 가족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품으시고 일으켜 세우시고 소망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비극적 상황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영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그 깊은 어둠과 절망 가운데, 영적 암흑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건지시고 룻과 나오미를 건지시고 저와 여러분들을 건지실 것입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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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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